-울산 동구에 사는 이모(51)씨는 최근 출근 버스를 타는 버스정류장 한쪽 귀퉁이에서 깜작 놀랄 만한 걸 발견했다. 그곳에는 지역 한 초등학생이 쓴 시(詩)가 시화로 제작돼 걸려 있었는데 초등학생이 쓴 시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던 것. 이 씨는 “초등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시의 내용이 우리 때와는 달리 시를 쓰기 위해서 쓴 게 아니라 자신의 느낌 그대로 쓴 게 너무 놀라웠다”며 “요즘 초등학생들은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른 거 같다. 아무튼 버스정류장에서 보게 된 시 한 편으로 인해 그날 출근길은 몹시도 신선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23일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초등학생들의 지역사회 문화 창달 기여도가 크게 늘고 있다. 비록 어린 초등학생들이지만 수준 높은 문학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각종 문화유산 홍보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문화 감수성’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씨가 본 시화는 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가 동구 내 한 초등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당 초등학교 학생이 쓴 시를 시화로 제작해 버스정류장에 전시한 것이다. 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는 지난해 방어진초, 상진초, 화암중 3개 학교와 협약을 맺고 ‘시(時)화 마을 만들기’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후 시민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센터는 올해 기존 3개 학교에 문현초, 양지초, 화암초, 방어진중학교까지 포함시켜 7개 학교로 확대 진행한다.
센터 관계자는 “버스정류장에 걸려 있는 시화의 경우 각각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감상평을 남길 수도 있는데 다양한 시 작품들에 대해 내용이 좋다는 평들이 꾸준히 올라 오고 있다”며 “이처럼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7개 학교로 확대해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별로 30편의 시 우수작품을 제출하며, 이 시들을 바탕으로 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시화를 제작하게 된다. 완성된 시화는 버스정류장 등에 5월부터 전시된다.
지난해에는 12개 버스정류장에 전시됐고, 올해는 전시 장소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동구 대왕암공원에서 ‘시(時)화 전시회’를 열어 학생들의 창의성과 마을공동체의 협력이 어우러진 결과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버스정류장 시화 전시는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지역 문화유산 공익광고 제작에도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구 병영초등학교가 그 주인공으로 병영초 학생들은 올해 지역 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문화유산 지도 제작과 공익광고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사업은 병영초 교육복지우선지원과 학생맞춤통합지원 사업의 하나로 중구청소년문화의집과 협력해 울산연구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추진하게 됐다. ‘문화유산 지도 제작과 공익광고 만들기’는 정보 격차에 따른 학습 기회 제한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과 지역 문화유산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학생들은 울산의 대표 문화유산을 직접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지도를 제작한다. 또 인공지능을 활용해 각 문화유산에 맞는 특징물(캐릭터)을 개발하고, 사회적 의견을 담아 공익광고도 제작한다.
프로그램은 전문 강사의 지도로 총 6회기 수업으로 구성되며, 5개 학급 총 학생 105명이 참여한다. 산출물 발표회도 마련될 예정이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학업 부담이 큰 중·고등학교와 달리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초등학교 교육의 경우 전반적인 흐름이 지역사회와 연계한 응용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며 “거기다 울산교육청 역시 올해 ‘독서인문교육’을 핵심 교육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