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도시계획은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전유물로 볼 수 없다. 이제는 시민들이 주체가 돼 도시의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설계하고, 이야기하는 장이 필요하다.
바로, 울산시의 대표적인 시민 참여 프로그램인 ‘울산에 살고 싶다! 도시계획 시민학당!’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도시계획 시민학당’은 매회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제1기 시민학당이 ‘도시계획이라는 낯선 분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울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이해하며 공감대를 쌓아가는 실험적인 시작’이었다면, 이번 제3기는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 시도라 할 수 있다. 1·2기에 비해 좀 더 구체화되고, 더 높은 수준의 주제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요청을 반영해 ‘도시계획’이라는 큰 틀을 넘어 도시재생, 교통(UAM), 건축 등 보다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며 울산의 도시 미래를 다채롭게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번 제3기 시민학당의 모집 인원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200명 정원에 350명이 몰렸다는 사실은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시민들이 ‘울산의 미래’라는 주제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35 울산 도시기본계획', '개발제한구역 정책 변화', 'UAM 혁신', '도시정비사업 이해', '건축주 첫발 내딛기'라는 다양한 강의 주제는 시민들에게 도시계획을 더욱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민들과 소통과 공감의 장을 지속적으로 형성하고자 하는 울산시의 의지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처음에는 알찬 기획으로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시민들이 관심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없어지는 사례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번 강좌가 일회성 혹은 형식적인 강좌였다면 이렇게 인원이 증가할 이유도 없었을뿐더러, 울산의 도시계획을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울산시가 지속적으로 보여준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시민학당은 이제 단순한 강좌를 넘어, 시민 참여형 도시계획 플랫폼(platform)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수료 후에도 참여자들의 의견을 공유하거나, 정책 제안의 통로로 활용될 수 있는 체계적인 '후속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계획의 기본 원리와 사례를 배우는 것을 넘어, 시민 각자가 직접 울산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시민학당에 참여한 시민들을 다양한 도시정책을 수립할 때 시민 참여형으로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학당은 울산을 향한 시민들의 자부심과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울산 시민들이 참여해 '울산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도시,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 울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울산의 이러한 시도가 대한민국 각 지역으로 확산되어, 진정한 시민참여형 도시계획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한다. 정현욱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선임연구위원·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