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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타당성조사 기준, 현실을 반영할 때(조미정 박사 기고문)
              언론사
              경상일보
              작성일
              2026-05-26
              조회수
              18

              예비타당성조사는 1999년 도입된 제도로, 대규모 재정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국가 재정이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전 검토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예비타당성조사는 지난 20여 년간 국가 재정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일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비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다. 이 기준은 제도 도입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1999년의 500억원과 오늘의 500억원을 같은 수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울산 일반버스 요금만 비교하더라도 1999년 당시에는 현금 기준 550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600원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비용이 달라졌는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현실에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된 자재비 상승에 더해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사비 부담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물가와 인건비 역시 꾸준히 오르면서, 과거에는 큰 사업비로 여겨졌던 금액도 지금은 이전만큼 큰 규모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예비타당성조사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국가재정은 국민세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규모 사업일수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정 낭비를 막고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기능은 중요하며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도 취지를 지킨다는 것이 처음 정한 기준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달라졌다면, 그 기준이 지금도 적절한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신규 투자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기준 현실화와 공공기관의 신속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22년 대상사업 기준을 상향했다.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가재정지원금과 공공기관 부담금의 합계액 500억원 이상이던 기준을 총사업비 2000억원 이상, 합계액 1000억원 이상으로 높인 것이다. 심지어 연구개발사업도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심사 장기화에 따른 기술 확보 지연 문제가 제기되면서, 2024년 기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폐지하고 대형 R&D 사업에 대해 별도의 사전점검·심사 체계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이처럼 다른 유형의 사업에 대해서는 현실 변화에 맞춰 제도를 조정했는데, 일반 투자사업에 대해서만 계속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 투자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 상향 필요성은 과거부터 계속 논의되어 온 사안이다. 현 정부도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하며 총사업비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국비 기준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도 기획예산처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및 운영방안’을 안건으로 올려 심의·의결했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영향은 사업 추진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초 제도가 의도했던 재정 건전성을 위한 사전 검토 과정은 유지되어야 한다. 다만 대상 사업 기준이 20년 이상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예비타당성조사의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사업의 필요성과 별개로 행정 절차를 길게 만들고, 정작 제때 추진되어야 할 사업의 타이밍을 놓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는 일이다.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은 4.2배, 물가는 1.7배 상승할 정도로 우리 경제 규모가 달라졌다. 경제 규모와 비용 여건이 달라진 만큼, 하루빨리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



              제도는 한번 만들어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여건이 바뀌면 그 변화에 맞게 제도를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국가 재정운영의 중요한 장치인 만큼, 그 기준 역시 현실과 맞아야 제도의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 이제는 1999년의 숫자가 아니라 현재의 여건 속에서 예비타당성조사의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미정 울산연구원 연구위원

              게재일자
              2026-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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