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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가 연결되는 시대, 울산 균형발전의 새 길(김혜경 박사 기고문)
              언론사
              울산신문
              작성일
              2026-06-22
              조회수
              30

              세계 경제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경쟁과 협력의 주체는 주로 국가였다. 그러나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이제는 뚜렷한 산업 정체성과 혁신 역량을 갖춘 도시 경제권이 세계 경제의 핵심 단위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외교 선언을 넘어, 첨단 기술과 산업 생태계, 실물경제 기반을 매개로 주요 도시와 권역이 직접 연결되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흐름이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균형발전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국가 전체 연구개발비의 약 7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청년 인구 유출과 자본·기술의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일 지방도시의 역량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위기의식은 이미 다른 권역의 대응에서도 확인된다. 광주와 전남은 에너지와 AI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의 폭을 넓히며, 중앙정부의 산업정책 흐름에 맞춰 정책 지원과 투자 유치의 기회를 키워가고 있다. 충청권 역시 충청광역연합 출범을 계기로 광역 행정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등 핵심 인프라를 통해 주요 거점 간 연결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속에서 규모의 경제와 혁신 역량을 확보하려는 권역 단위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최근의 메가시티 논의 과정에서는 행정적 흡수나 지역 정체성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울산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경계를 지우는 획일적 통합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유연하고 고도화된 기능적 경제동맹이다. 진정한 연대는 산업, 기술, 자본, 인력이 막힘없이 교류하면서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있다. 인접 도시와의 협력 역시 정치적 프레임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의 논리에 기반한 기능적 결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산은 초광역 산업연대를 이끌 핵심 거점이 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십 년간 국가 경제를 견인해 온 제조 기반과, 기술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상용화하는 실증 역량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이 집중하는 청정수소 생태계와 스마트 제조 혁신은 단일 도시의 인프라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다.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밸류체인은 항만 물류, 에너지 인프라, 연구개발 기반, 소재·부품 공급망이 인접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울산의 초광역 전략은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기능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러한 초광역 연계가 실현될 때 권역 전체의 산업 경쟁력은 높아지며, 울산은 그 과정에서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기술 협력과 산업 융합을 설계하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지역 혁신은 고립된 환경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 투자, 특허 네트워크, 산학연 협력 구조를 살펴보면 혁신은 개방된 연결망 속에서 더욱 커진다. 단일 행정구역 안에 갇힌 기술 개발은 자원의 중복 투자와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 반대로 초광역 단위에서 기술과 지식이 교차하면 혁신의 질과 속도는 높아진다. 울산이 초광역 산업연대를 주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는 혼자 성장하지 않는다. 주변과 끊임없이 자원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진화한다. 과거에는 중앙정부의 하향식 자원 배분에 기대어 균형발전을 논했다면, 이제는 지역 스스로 인접 도시와 경제적 연대를 형성하고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현 시대가 요구하는 지역균형발전의 새로운 방식이다.



               울산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 산업수도로서 국가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초광역 산업연대를 발판으로 국내 인접 도시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세계 주요 혁신 클러스터와 직접 연결되는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인재와 자본이 울산으로 유입되고, 울산의 기술과 산업 역량이 세계 시장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마주한 지금, 울산의 미래는 행정구역 재편 논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업, 기술, 인프라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실질적 경제연대 전략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도시가 직접 연결되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울산이 초광역 산업연대의 중심이자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김혜경 울산연구원

              게재일자
              202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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