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기 위한 ‘5극3특 균형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전국을 다섯 개의 초광역권과 세 개의 특별자치도로 나누어 권역별로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구상이다. 부산·울산·경남을 묶은 동남권은 인구 755만명으로, 수도권에 이은 제2의 국가 중심축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 정부 부처와 동남권 세 시·도가 권역의 성장엔진으로 육성할 산업군과 전략을 논의하는 등, 국가 정책과 지역 정책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동남권이라는 이름으로 광역권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 광역경제권 구상이 제시됐고,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거점을 조성하는 혁신도시 사업도 시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지역의 균형발전으로 충분히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고, 지방의 인구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기관은 이전됐으나 그 기관이 지역에서 수행해야 할 기능이 함께 옮겨지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본래 공공기관 이전은 기관의 기능을 지역의 전략산업 및 혁신 역량과 연계해 자립적 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전기관이 지역 기업·대학과 결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은 미흡했다. 주요 의사결정 기능은 여전히 중앙에 남아 있었고, 지방정부가 산업을 주도할 권한과 재정도 이에 미치지 못했으며, 공공기관과 지역산업을 이어주는 네트워크 지원도 부족했다. 이전기관과 연계된 기업·대학·연구소가 모여 지역 혁신을 일으키도록 조성한 혁신도시내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가 실제 입주율은 50%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가 빈 채로 남아있다. 물리적 거점은 조성했으나, 이를 지역산업과 결합해 자생적 발전으로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과거의 균형발전 정책이 수도권의 자원과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분산하는 데 무게를 두었다면, 이번 전략은 지역이 스스로 인재를 키우고 산업을 일구어 자립적으로 성장하는 역량에 초점을 둔다. 권역을 단순한 행정·공간 단위가 아니라 자생적 경제권으로 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이러한 ‘균형성장’정책이 궁극적으로는 균형발전을 견인할 것이다.
이번 5극3특 전략은 권역별로 역할을 구분해 제시했다. 부산·울산·경남으로 이루어진 동남권은 국내 최대의 제조 생산기지로, 수도권에 버금가는 제2의 대도시권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세 도시의 기능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잇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더불어 울산은 부산·양산과 잇는 광역철도가 추진되고 있고, 오랜 기간 축적된 산업 기반과 도시 서비스 여건도 탄탄해 거점기능을 수행할 조건과 강점을 가진다.
다만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거점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 거점기능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동안 지역 간 격차가 더 심각해진 것은, 주력산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바꿀 기술개발·실증·제조 전환과 지역 간 연계가 약한 가운데, 인력과 핵심 기업마저 수도권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립적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를 지역에서 양성하고, 양성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인재를 교육·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양호한 정주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이는 울산만의 과제가 아니므로, 동남권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공간 구상과 도시 비전을 세 시·도가 함께 제시하고, 거점 간 기능을 분담하고 연결하는 연계와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미 기업의 거래와 주민의 일상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도시를 운영하는 관점도 행정경계를 넘어 유연하게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인접한 도시가 서로 연계하고 협력해 함께 성장하고, 그 성장이 모여 국가 전체의 균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어디에 거주하는지가 고유한 삶의 양식으로 존중받되, 기회와 삶의 질에서의 격차로 귀결되지는 않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동남권 균형성장이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